도로 위를 가르는 미소, 베트남 씨클로 기사의 V사인
베트남의 거리는 언제나 소리와 에너지로 가득합니다. 끊임없이 울리는 경적, 도로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의 행렬. 그 혼돈의 교향곡 속에서 저는 이 도시의 진짜 ‘마에스트로’를 만났습니다.
바로 세월의 멋을 온몸으로 보여주던 한 씨클로(Xích Lô) 기사님이었습니다.
땀으로 젖은 데님 셔츠와 그을린 피부, 그의 얼굴에 새겨진 주름은 수십 년간 이 거리의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살아온 훈장처럼 보였습니다.
카메라를 든 저를 발견한 순간, 그는 마치 오랜 친구에게 인사하듯 손으로 멋진 V자를 그려 보였습니다. 그 꾸밈없는 미소와 유쾌한 제스처에, 저 역시 웃으며 셔터를 누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진 한 장에 담긴 베트남의 어제와 오늘
사실 씨클로는 베트남의 아픈 역사와 낭만을 동시에 품고 있는 상징적인 교통수단입니다.
한때는 서민들의 주요 발이었지만, 지금은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와 오토바이에 밀려 주로 여행자들을 위한 ‘추억 상품’이 되었죠.
사진 속 기사님 뒤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최신 SUV 차량과 오토바이는 씨클로가 처한 현실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여유를 잃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자신만의 속도를 지키는 모습이 더 멋있어 보였습니다.
씨클로, 한번 타볼까? (여행자를 위한 현실 조언)
베트남에 왔으니 씨클로 한번 타봐야지! 하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분명 낭만적이고 특별한 경험이지만, 몇 가지 알아두면 좋은 점이 있습니다.
- 반드시 흥정은 필수: 씨클로는 정찰제가 아닙니다. 탑승하기 전에 반드시 목적지, 소요 시간, 그리고 총 금액을 명확하게 합의해야 합니다. 종종 도착 후에 추가 요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으니, 스마트폰 계산기 등으로 정확한 숫자를 서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 추천 코스: 복잡한 도로보다는 강변이나 조용한 구시가지 골목 등을 둘러보는 짧은 코스를 이용하는 것이 더 안전하고 만족도가 높습니다. 예를 들어 하노이 호안끼엠 호수 주변이나 호이안 구시가지 등이 씨클로 투어에 적합합니다.
- 마음의 준비: 매연과 소음이 생각보다 심할 수 있습니다. 낭만적인 풍경을 기대했다가 바로 옆을 쌩쌩 달리는 오토바이 소리에 놀랄 수도 있다는 점, 미리 알아두세요!
이 사진은 제게 ‘여행의 본질은 결국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줍니다. 낯선 여행객에게 건네는 따뜻한 미소 하나가 그 어떤 웅장한 풍경보다 더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