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 9월 20th, 2025

하노이 여행기 2편: 베트남항공 787 비즈니스석과 구름 위 산책

Bygotripw

9월 20, 2025
비행기 창문 너머로 보이는 비 오는 인천공항의 아련한 풍경비행기 창문 너머로 보이는 비 오는 인천공항의 아련한 풍경

 

1편에서 이어집니다. 탑승교를 건너 비행기 문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공기의 흐름이 바뀝니다. 지상의 분주함은 등 뒤로 멀어지고, 오직 ‘여행’만을 위한 새로운 공간이 펼쳐집니다.

친절한 미소와 함께 “씬 짜오(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아오자이를 입은 승무원의 안내를 받아 제 자리로 향했습니다.

이번 하노이 여정은 조금 더 특별하게, 베트남항공 보잉 787-9 드림라이너의 비즈니스 클래스와 함께했습니다.

 

베트남항공 보잉 787-9 드림라이너의 넓고 안락한 비즈니스 클래스 내부 전경
베트남항공 보잉 787-9 드림라이너의 넓고 안락한 비즈니스 클래스 내부 전경

꿈의 비행기, 보잉 787-9 드림라이너 비즈니스석 첫인상

자리에 앉기도 전에 감탄사가 먼저 나왔습니다. 창가를 따라斜선으로 배치된 1-2-1 배열의 좌석은 완벽한 프라이버시를 보장했고, 은은한 조명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더했습니다. 제가 앉은 좌석은 창가 쪽 1인석으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오롯이 비행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넉넉한 레그룸은 물론, 180도로 완전히 펴지는 풀 플랫(Full-flat) 시트는 5시간 남짓한 비행이 짧게만 느껴질 것 같아 벌써부터 아쉬운 마음이 들게 했습니다.

웰컴 드링크로 시원한 샴페인 한 잔을 건네받고 푹신한 좌석에 몸을 기대자, 비로소 진짜 여행이 시작되었다는 안도감과 흥분이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여행의 일부로서 완벽한 만족감을 선사하는 공간. 드림라이너의 첫인상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비행기 창문 너머로 보이는 비 오는 인천공항의 아련한 풍경
비행기 창문 너머로 보이는 비 오는 인천공항의 아련한 풍경

여행의 설렘이 최고조에 달하는 순간

여행을 통틀어 가장 설레는 순간을 꼽으라면, 저는 주저 없이 이 순간을 택하겠습니다. 모든 탑승이 완료되고 비행기 문이 닫힌 뒤, 푸시백을 위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비행기 안에서 창밖을 바라볼 때. 조금 전까지 내가 속해있던, 분주하고 익숙했던 공항 터미널이 천천히 멀어지는 풍경을 마주하는 그 찰나 말입니다.

창문에 맺힌 빗방울 너머로 공항의 불빛들이 아련하게 번집니다. 이제 정말 돌아갈 수 없다는 작은 단절감, 그리고 미지의 세계로 나아간다는 커다란 기대감. 이 두 가지 감정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여행의 하이라이트.

빗줄기가 창문을 타고 흐르는 인천공항을 바라보며, 하노이의 맑은 하늘을 상상해 봅니다. 이륙을 기다리는 동안의 고요함 속에서 심장 박동 소리는 더욱 선명하게 들려옵니다. 일상과의 완벽한 분리가 이루어지는, 바로 이 순간을 위해 우리는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닐까요?

 

드림라이너의 마법, 버튼 하나로 변하는 창문

보잉 787 드림라이너가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창문에 있습니다.

일반적인 비행기처럼 햇빛을 가리기 위해 덮개를 내리는 방식이 아닙니다. 대신 창문 아래에 있는 작은 버튼을 누르면, 마치 마법처럼 창문 유리의 색이 점점 어둡게 변합니다.

5단계로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는 전자식 창문(Electronically Dimmable Windows) 기술 덕분입니다.

 

가장 어둡게 해도 창밖의 풍경은 은은하게 보여 시야를 완전히 차단하지 않으면서도 눈부심은 완벽하게 막아줍니다. 버튼을 누를 때마다 스르륵 하고 색이 변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아날로그적인 덮개를 없앤 덕분에 창문 크기 자체도 일반 비행기보다 훨씬 커져, 탁 트인 개방감을 선사합니다. 기술이 여행의 낭만을 어떻게 극대화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멋진 예시였습니다.

 

비행기 창문 너머로 보이는 푸른 하늘과 끝없이 펼쳐진 구름 바다
비행기 창문 너머로 보이는 푸른 하늘과 끝없이 펼쳐진 구름 바다

지상을 떠나, 구름 위를 산책하다

강력한 엔진음과 함께 기체가 활주로를 질주하기 시작하고, 이내 몸이 붕 뜨는 느낌과 함께 비행기는 육중한 몸을 하늘로 들어 올립니다. 잿빛 구름층을 뚫고 올라가자, 거짓말처럼 눈부신 파란 하늘과 끝없이 펼쳐진 새하얀 구름의 바다가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지상의 모든 소음과 풍경은 발아래로 멀어지고, 오직 푸른색과 흰색만이 가득한 세상. 이곳이야말로 진정한 하늘 위 낙원입니다.

이제부터 하노이까지, 저는 이 구름 위를 유유히 산책하게 될 겁니다. 편안한 좌석에 누워 영화를 보고, 맛있는 기내식을 즐기며 창밖의 비현실적인 풍경을 감상하는 시간. 이보다 더 완벽한 여행의 시작이 있을까요?

 

인천공항에서 베트남항공 타고 떠나는 하노이 여행기 1

 

 

 

By gotrip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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