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에서 이어집니다. 끝없이 펼쳐진 구름 바다 위를 유유히 산책하던 비행은, 어느덧 여정의 클라이맥스를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베트남항공 비즈니스 클래스의 자랑인 코스 요리가 눈과 입을 즐겁게 하는 사이, 비행기는 서서히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던 새파란 하늘과 흰 구름 대신, 드디어 우리가 그토록 고대하던 땅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하늘에서 마주한 첫 번째 하노이
두터운 구름층을 뚫고 내려오자, 창밖으로 하노이의 첫인상이 펼쳐졌습니다. 짙은 녹음 사이로 옹기종기 모여있는 붉은 지붕의 집들, 도시를 가로지르는 강과 크고 작은 호수들. 서울의 빽빽한 아파트 숲과는 사뭇 다른, 평화롭고 정겨운 풍경이었습니다. 구름이 낮게 깔린 흐린 날씨였지만, 오히려 그 모습이 하노이라는 도시의 신비로움을 더해주는 듯했습니다.

마치 거대한 지도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내가 앞으로 며칠간 머물게 될 도시의 모습을 하늘 위에서 먼저 만나는 이 순간은 언제나 특별한 감동을 줍니다. 사진으로만 보던 장소들을 직접 찾아갈 생각을 하니, 심장이 다시 한번 두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위험하고, 그래서 가장 떨리는 순간
기내에서는 곧 착륙한다는 안내 방송과 함께 ‘뎅’ 하는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승무원들은 분주하게 움직이며 최종 안전 점검을 시작합니다. 저 역시 등받이를 세우고 테이블을 접으며 착륙을 준비합니다. 흔히 비행에서 ‘마의 11분’이라고 부르는, 이륙 후 3분과 착륙 전 8분이 가장 위험한 구간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일까요? 수십, 수백 번 비행기를 타봤지만 이 순간만큼은 늘 약간의 긴장감이 감돕니다.
창밖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땅의 모습. 점점 더 가까워지는 활주로. ‘쿵’ 하는 충격과 함께 땅에 발이 닿는 그 순간을 기다리는 짧은 시간은, 마치 영원처럼 길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베트남항공을 이용할 때면 그 긴장감이 기분 좋은 설렘으로 바뀝니다. 지난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없이 베트남을 오가며 이 항공사를 이용했지만, 단 한 번도 불안감을 느낀 적이 없습니다. 언제나 놀라울 정도로 부드럽고 안정적인 이착륙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베테랑 조종사의 숙련된 솜씨에 대한 깊은 신뢰가 있기에, 저는 이 떨리는 순간마저 온전히 즐길 수 있었습니다.

“실크처럼 부드러웠다”, 감동의 착륙
마침내 비행기의 바퀴가 활주로에 닿았습니다. ‘쿵’ 하는 충격 대신 ‘스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마치 잘 닦인 비단 위를 미끄러지듯 부드러운 착지가 이루어졌습니다.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강력한 역추진 엔진 소리가 울려 퍼지며 속도가 줄어들고, 비행기는 안전하게 활주로를 빠져나와 게이트를 향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안전한 도착, 새로운 시작
안전벨트 표시등이 꺼지고, 승객들은 저마다 짐을 챙기며 일어설 준비를 합니다. 창밖으로는 ‘NOI BAI INTERNATIONAL AIRPORT’라는 글자가 선명한 공항 건물이 보입니다. 4시간여의 비행 끝에, 드디어 하노이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낯선 공기의 냄새, 후덥지근한 날씨,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미지의 시간에 대한 기대감. 여행의 진정한 시작은 바로 지금부터입니다.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 잠시 자리에 앉아 창밖 풍경을 바라봅니다. 인천에서부터 이곳 하노이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준 푸른 날개의 비행기에게 마음속으로 고마움을 전합니다. 이제 저 문을 나서면, 진짜 하노이가 저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