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에서 이어집니다. 실크처럼 부드러운 착륙 후, 드디어 비행기 문이 열렸습니다.
기내의 시원한 공기와는 다른, 후덥지근하면서도 낯선 향신료와 풀 내음이 섞인 하노이의 첫 공기가 폐부 깊숙이 들어오는 순간,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습니다. 긴 비행의 피로감은 온데간데없고, 오직 새로운 땅을 밟는다는 여행의 설렘만이 온몸을 감쌌습니다.
하노이 공항에 있는 작은 꽃 가게. 한 여성이 아름다운 꽃다발을 고르고 있다.
3편에서 이어집니다. 실크처럼 부드러운 착륙 후, 드디어 비행기 문이 열렸습니다.
기내의 시원한 공기와는 다른, 후덥지근하면서도 낯선 향신료와 풀 내음이 섞인 하노이의 첫 공기가 폐부 깊숙이 들어오는 순간,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습니다. 긴 비행의 피로감은 온데간데없고, 오직 새로운 땅을 밟는다는 여행의 설렘만이 온몸을 감쌌습니다.
입국 심사를 향해 걸어가는 길. 창밖으로 보이던 고요한 풍경과 달리, 공항 내부는 저마다의 목적지를 향해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캐리어를 끄는 소리, 반갑게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 각국의 언어가 뒤섞여 만들어내는 활기찬 소음. 이 모든 것이 ‘내가 드디어 하노이에 왔구나’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했습니다.

입국 심사를 마치고 짐을 찾아 밖으로 나오자, 공항의 열기는 한층 더 뜨거워졌습니다. 가족을 마중 나온 사람들, 여행객을 기다리는 호텔과 여행사 직원들, 그리고 택시를 잡으려는 분주한 손짓들. 전광판에는 알아보기 힘든 베트남어와 함께 익숙한 ‘TAXI’라는 단어가 빛나고 있었습니다. 이 혼잡함과 역동성 속에서 저는 이방인이 아닌, 이 도시의 새로운 일부가 된 듯한 묘한 소속감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분주한 사람들 틈을 지나던 제 시선을 한순간에 사로잡은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출입국장 한편에 소박하게 자리 잡은 작은 꽃 가게였습니다.
장미, 해바라기, 국화 등 형형색색의 꽃들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한 젊은 여성이 어떤 꽃을 고를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이 유독 인상 깊었습니다.
베트남 사람들은 꽃을 참 좋아하고, 일상 속에서 아름다움을 즐길 줄 아는 민족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말이 사실임을 증명하듯, 가장 분주하고 실용적이어야 할 공항이라는 공간에서 만난 꽃 가게는 제게 작은 충격이자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공항에서 주고받는 꽃다발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다양한 감정이 담긴 선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사랑하는 연인을 맞는 설렘, 먼 길을 떠나는 가족의 안전을 기원하는 아쉬움, 귀한 손님을 환영하는 기쁨, 혹은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축하하는 마음까지.
이 작은 꽃다발 하나에는 저마다의 애틋한 사연과 이야기가 응축되어 있을 겁니다.
꽃을 고르던 여성의 뒷모습을 보며, 그녀는 과연 누구를 위해 어떤 마음으로 저 꽃을 고르고 있을지 상상해 보았습니다.
그 상상만으로도 낯선 공항의 풍경이 한결 따뜻하고 인간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여행은 이처럼 예상치 못한 순간에 그 나라의 문화를 엿보고, 사람들의 삶을 상상하며 깊어지는 것 아닐까요?